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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보 (미디어협회)
2020-07-31 지구를 되살리는 코로나의 역설
어느덧 반년 가까이 인간들의 경제활동을 멈추게 한 코로나 사태는 오늘까지도 백신이나 치료제는 나오지 않고 전 세계를 공포에 가둬 놓고 있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 까지는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암울한 예측이 틀리길 바랄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들에게는 재난이지만 지구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교통량이 줄어들고 공장이 멈추면서 대기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가 안좋기로 유명한 중국과 인도에서 파란 하늘과 별자리가 보이고, 뉴욕과 LA등 미국의 대도시에서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매년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했던 한국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30%가량 감소했고, 유럽지역의 각 도시들도 이산화질소 농도가 현격하게 낮아지고 있다고 유럽우주기구(ESA)는 밝혔다. 온 지구의 공기가 숨을 쉬기 편해진 것이다. 공기만 좋아진 것이 아니고 야생동물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환경오염으로 보금자리를 빼앗겼던 고래와 바다거북이 해안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 동네만 하더라도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언덕에 코요테가 거닐고 오클랜드에 야생칠면조떼가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그렇다고 환경오염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하고, 식당 등지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감염병의 공포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엄중한 경고성 문장을 하나 소개한다. '이 땅에서 우리가 잠시 머무는 동안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가 여기에 있는 동안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 지구를 잠시 빌려 주신 것이다' -릭 워렌-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20-07-01 이민자들의 꿈은 깨지고 있는가
'American Dream'을 꿈꾸며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온 미국의 이민자들. 그들은 세계 최강대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힘든 이민생활을 버티며 살아왔다. 언어와 문화가 낫설어도 열심히 일하면 잘 살수 있다는 신념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온 이민의 역사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영어가 익숙해지고 시민권을 얻으며 미국시민의 권리도 갖게 된 이민자들은 제 2의 고향이라 여기며 이 땅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찍이 유럽지역으로부터 이주하여 미국의 건국시기를 함께한 백인들은 개척정신으로 나라를 키워가며 세계 곳곳으로 부터 뒤늦게 넘어온 이민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지금도 전 세계 어느나라 국민이든 약간의 규제는 있지만 이민문호는 항상 개방되어 있다. 그래서 기회의 땅을 찾는 사람들에겐 미국은 항상 선망의 대상이 되는 나라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살다보니 문화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종교가 다른 민족들이 한 나라를 세워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국시에 따라 국민의 권리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개인의 총기소유를 막지 못하는 등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선진국중의 선진국인 미국이 다른나라에 비해 방역이나 의료통제를 하지못해 감염환자가 급증하는 것도 국민들의 자만적인 자유의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엔 여기에 경찰들의 폭력적인 행동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며 각 도시마다 항의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한 보건위기, 실업자가 급증하며 발생하는 경제위기, 고질적인 인종문제까지 겹치며 점점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한인이민자들은 1992년을 잊을 수가 없다. 로드니킹 사건으로 발발된 'LA 폭동사태'는 열심히 주어진 일 만 하던 이민선배들의 꿈을 뺏어갔다. 어렵게 장만한 가게들은 약탈당하고 불에 타버려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고 그 당시를 회상한다. 요즘 만난 지인들 중에는 미국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고 역이민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고 싶었던 미국땅이었는데..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점점 멀게만 느껴진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20-05-29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저성장, 저금리 등 경제상황을 '새로운 표준'이라고 지칭하며 생긴 경제용어 '뉴 노멀(New Normal)'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제 또다시 변화의 시대를 초래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피해가 어느 정도에 이를지도 알 수 없는 이 전례없는 위기상황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끼리의 만남이 불편한 일이 됐다. 만나도 의례 행하던 악수나 포옹이 접촉에 대한 공포로 인해 사라지고 대인관계와 생활패턴도 달라졌다. 온라인 수업, 드라이브 드루 진료, 하객없는 결혼식, 관중없는 스포츠경기 등 새로운 진풍경이 벌어진다. 식당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니 투고(Take out)나 딜리버리로 음식을 사먹고, 쇼핑은 백화점보다 온라인쇼핑이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앞으로 관광산업이나 대형영화관은 구시대의 사업아이템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있다. 호텔과 관광버스가 인기를 되찾는데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강제적인 예배 중단으로 종교계가 위축된 것 처럼 보이지만 궁긍적으로 종교와 신앙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와 치료제 하나 못만드는 과학기술의 취약함을 알게 된 것도 절대적인 신(神)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등 이른바 선진국들은 무기력함을 드러내며 국제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리더십과 공조가 실종되고 국제기구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발빠른 대응으로 감염확산을 저지한 한국정부가 방역선진국으로 칭송을 받으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 창궐이 가정, 의료, 교육, 정치 등 모든분야에서 우리의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대체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게 되는데, 이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한테는 어려운 숙제임은 틀림없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20-04-01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며 펜데믹(pandemic) 상황을 맞고 있는 지금, 지구촌 국민 모두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전염병 확산이 주춤해졌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전쟁상황을 방불케 한다. 미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은 외출도 하지말고 집에서만 머무르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지고 학교나 직장들도 대부분 폐쇄됐다. 누구나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공포심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매일 집안에서 따분하게 지내야 한다는 현실이 괴롭기도 하겠지만, 눈을 조금만 돌아보아도 이번 사태가 몰고올 엄청난 파급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주가지수는 이미 바닥을 치고 대기업들도 파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로인한 경제위기는 실업자들을 대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고 스몰비즈니스들까지 문을 닫으며 시장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식당업이나 서비스업 분야에 종사하는 지역 한인들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망율이 높은편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까지는 가지 않겠으나 전염속도가 너무 빨라서 확산세가 내려가기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가족과 떨어져 병원에 입원할 수도, 사경을 헤매며 병마와 싸울수도 있겠지만 미리 지나친 공포심과 경계심을 가지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지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거나 손을 자주 씻는 등 예방수칙만 잘 지켜도 감염확율은 급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그동안 바빠서 갖지못한 가족들과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는것도 좋을 듯 하다. 교회는 가지 못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예배에도 참여하고 수많은 설교영상도 볼 수 있지 않은가. 한편으로 이번 코로나사태로 인해 전통적인 기독교회들을 분열시킨 이단교회의 실체가 들어나고, 누가 위기상황에서의 진정한 지도자인지를 알게되기도 한다. 분명 처음 가보는 길은 당황스럽고 헤맬수도 있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어떤 바이러스든지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가 나오게 되어있다. 또 면역력이 생겨서 비슷한 병원균에 강해지기도 한다. 매상이 반토막난 오클랜드의 한 한인식당이 인근 노인아파트 어르신들에게 순두부 50인분을 무료로 배달까지 해줬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소식들이 현재의 어려움도 끝나간다는 희망을 보게 한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20-03-01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의 재앙인가
우리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를 누구나 다갖고있다. 특히 핵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인류는 멸망하고 말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가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하는 것은 전쟁도 핵무기도 아니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미 5년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한 스피치를 통해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재난은 핵무기도 기후변화도 아닌, 전염성이 강한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라고 경고 한 바있다. 그의 예언처럼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자들이 전염병으로 죽음에 이르고 있다. 1차 세계대전에 2500만명이, 2차 세계대전에 6000만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마마'로 불리던 최초의 전염병 '천연두'는 3억명 이상이 사망했고,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페스트)도 2억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의 사스(SARS)도 800명 가까운 사망자를 기록했고, 중동지역에서 발생했던 메르스 (MERS) 역시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또한 미국에서도 매년 독감으로 사망에 이르는 환자가 만명을 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현재 사스와 메르스를 넘어 이미 10만명 가까운 확진자와 2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하며 매일 그 희생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구지역에서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어 전국민이 전염병 공포에 떨고있고 해외의 가족들도 안부를 묻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의학기술 발달이 백신과 항생제 개발로 이어지면서 과거 천연두와 흑사병처럼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인류가 전염병에 당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인간들에 의해 급격히 변화 중인 환경과 교통수단의 발달 등 다양해진 변수로 인해 현대사회에서도 전염병은 꾸준히 발생하며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전염병에 걸려 고생을 하거나 혹시 사망에 이르는 것은 개인의 운명이라고 쳐도,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병을 숨기고 다른사람에게까지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사례는 너무 이기적이다. 또 이런 국가적 재난을 정치와 종교에 이용하는 세력들, 사재기로 한몫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고개를 드는 것을 보면 재앙이 맞는것 같기도 하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20-02-03 미국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미국땅에 처음 도착했을때의 추억과 경험은 누구나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다양한 어려움은 공통적으로 겪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그 오랜기간 영어를 배웠어도 미국사람들에게 선뜻 말도 건네지 못했던 기억, 어디를 가나 줄을 길게 서면서 느꼈던 문화적 이질감 등등.. 그래서 인지 나이가 들어서 이민을 온 1세대들은 미국생활에 제대로 융화되기 보다는 한국인들이 주축이 된 커뮤니티나 교회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편한 한국말로 서로를 위로하며 정보를 나누는 좋은면도 있지만 미국땅에 살면서도 영원한 이방인으로만 살아가는 안타까움도 있다. 미국시민권을 어렵게 취득한 후 미국 대통령선거에는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한국의 정치현실에만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같은 한국계 정치인들이 주류사회 정치계로 진출하려고 한인사회에 지지를 호소해도 대답만 할뿐 투표로 참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영주권자나 주재원이라 한국의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캠페인을 별여도 투표율은 거의 바닥수준이다. 올해에는 인구센서스가 있지만 여기에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우리가 사는 북가주지역에는 금문교나 나파밸리, 요세미티국립공원 등 유명관광지가 많아 한국인을 포함한 세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또한 실리콘밸리는 IT관련업체들의 기업연수 필수코스가 되었다. 이런 관광객이나 출장객들이 이곳 식당이나 상점에서 매너없는 행동을 할때 우리는 수군거리며 주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수 십년을 살아도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미 서부지역에서는 가장 유명하다는 햄버거체인점 'In-N-Out' 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알다시피 그 식당의 점심시간은 항상 바빠서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자리가 없어 앉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날도 점심시간이라 지인들과 오더를 하고 매장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나이드신 아주머니가 4명이 앉는 테이블에서 혼자 한국신문을 펼쳐놓고 있었다. 친구를 기다리나 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햄버거를 다 먹고 나갈때까지 약 40분 이상을 그렇게 오더도 안하고 신문만 보고 계셨다. 미국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시민권과 영어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것은 미국의 다른 시민들과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권리를 찾기전에 지켜야할 의무와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올해에는 제발 매춘업소단속에 한국사람이 걸렸다는 뉴스와 한인단체장 감투싸움하다가 서로 소송하여 미국법정에 가는 일 좀 없었으면 한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20-01-08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물은 빨리 흐를수록 또 물길이 길수록 깨끗해진다. 이는 물의 자정능력 때문으로 물속에 사는 미생물들은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속에 있는 유기 오염물질을 먹어서 분해한다. 이런 생물학적 작용은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많을수록 활발해진다. 고인 물보다 흐르는 물에서 자정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것은 바로 물속의 산소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 눈에 보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인공호수나 분수대를 보라.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으면 얼마 가지않아 물의 색도 변하고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물이 고여 있으니 당연히 썩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리한 국토 개발사업으로 환경재앙에 시달리는 곳이 어디 한국 뿐이겠는가. 물은 가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고여 있다가 뒷물을 만나면 다시 흘러간다. 자신이 어떤 곳에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면 뒷사람을 기다렸다가 그가 왔을 때 선뜻 있던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뒷물이 흘러와도 그곳이 영원히 자기 자리인 양 자리를 내주지 못하고 지키고 있으려니 그 물은 썩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서 썩은 냄새가 많이 난다. 한때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위세등등했던 중앙정보부, 군인이지만 계급을 무시하던 보안사령부 등등. 그들을 등에 업고 권력을 유지하던 정치인들이 지금 다 어떻게 되었는가. 이제는 그 권력의 사냥개 역할을 하던 검찰까지 나서서 무리하게 힘자랑을 하고 있으니 결말은 안봐도 뻔하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남에게 뒤떨어지고 만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지난날 생각에만 젖어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도 지난날의 기억으로 받아들인다면 생각하는 힘이 뒤쳐지게 된다. 그러면 세상이 싫어지고 자기 뜻과 맞지 않는 것에 원망하는 마음만 쌓이게 된다. 그러니 사는 게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은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이 한 곳에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삶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새해에는 사회 곳곳에서 물이 깨끗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소리만을 듣고싶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12-05 균형의 미학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에 하나가 균형을 잘잡는 것이다. 수평과 수직을 정확히 맞추고 하중을 견디는 자재와 건축기술이 합해져야 튼튼하고 오래가는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 어디 건축물 뿐이랴. 제대로 된 국가가 세워지는 것도 각 분야별로, 지역별로 균형있게 발전할 때 선진국이 되며 잘 사는 나라가 된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특권을 누리거나 특정지역 사람들만 혜택을 누린다면 불균형의 나라로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균형감각이 꼭 필요한 것이 언론이다.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론(正論)을 지향하는 언론매체가 대중의 신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특정한 권력과 결탁하거나 인기에만 급급하여 사실확인이 되지않은 가짜뉴스를 무차별로 내보내는 매체를 언론이라고 인정해주면 안된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얄팍한 논리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마녀사냥을 연상시키는 무분별한 보도행태도 다 균형감각이 없는 영혼없는 찌라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온라인 언론매체들이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기존의 종이신문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리더십을 얘기할 때도 균형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카리스마 넘치고 지칠줄 모르게 조직을 밀어부쳐 최고의 효과를 올리는 리더들이 각광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조직원들 즉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과 같이 고통과 희생을 분담하며 비전을 향해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가 21세기를 이끄는 균형의 리더십이라고 캐리 패터슨은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이 시대는 일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 사람을 감동시키고 소통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런 지도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다이어트식품들이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그 제품만 먹다보면 우리 몸이 과연 건강해지고 살이 빠질까? 이미 다 경험했듯이 몸의 영양균형이 깨지며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항상 과하다 싶을 때 부작용은 발생한다. 한 해를 보내며 지난 1년을 냉철하게 돌아보자. 본인이 과연 어떤 것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했는지... 그게 우리의 삶을 균형있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11-06 상처 많은 백성들이여
우리 한국인의 특성을 말할 때 한(恨)이 많은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은 민족이 한이 많은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불과 7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은 식민지 국가였고 한민족은 식민지 백성이었다. 나라 잃은 설움은 가난과 함께 국민들에게 많은 한을 심어주었다. 성노예로 끌려간 딸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식을 징용 보낸 부모의 아픔은 어땠을까? 독립운동으로 남편을 잃고 부모를 잃은 사람의 심정을 어찌 표현할까? 한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자꾸 잊으려 해도 떠올라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힌다. 6.25(한국전쟁)를 겪었던 우리의 부모세대들은 대부분 속병으로 고생을 많이했다. 그래서 유난히 소화제가 많이 팔렸다. 돈이 없어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형편이 되지 못하니 속이 아플때마다 소화제를 먹고 통증을 가라앉힌 것이다. 그렇게 병을 키우면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많이 먹었기에 더욱 그리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일찍부터 아버지 없는 어려운 인생을 살아왔다. 요즘처럼 쉽게 병원에 갈 수 있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면 많은 아버지와 남편들이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서 가족을 돌보고 있을 것이다.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새마을운동을 하던 근대화를 거치면서도 한국민들에게는 한이 서려있다. 인권이 짓밟히며 노동착취를 당해도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도 없었고, 자유를 열망하며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은 차가운 감옥에서 청춘을 바쳤다. 군사독재와 민주화항쟁을 통해서 좌우 이념이 대립하며 언제부터인가 지역감정보다 더 심한 이념논쟁이 나라를 갈라놓았다. 나와 다른 진영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에 밤잠까지 설쳐가며 다시 거리로 나오고 만다. 학벌을 중시하고 출세를 해야만 인정받는 무한경쟁사회가 또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지성과 의지만을 강조하며 감정을 누르며 살아온 부모들은 자녀세대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서로에게 가슴깊은 상처를 주고받은 사이에서는 회복의 기술과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많은 부모세대와는 다르니 상관없다고 하는 젊은 이들도 어느새 대물림된 마음속 상처들을 치유받아야 한다고 내적치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몸에 난 상처뿐 아니라 가슴속 내면의 상처까지 치료되야 비로소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10-04 한 놈만 팬다?
한국영화 가운데 '주유소 습격사건(1999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 유오성(무대포 역)은 "나는 한놈만 팬다"라고 말한다. 패싸움 상황에서 유오성은 한 사람만 정해놓고 죽어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싸움판에서 이런 그의 성향이 알려지자 모두들 그를 멀리하고 경계한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가리키는 말로 정치권에서도 한 야당대표가 자랑스럽게 이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요즘 한국언론을 보면 모두 '한 놈'만 패고 있는 듯 보인다. 과거 어떤 대통령이나 유명연예인들의 기사보다도 많은 수 만건의 관련기사가 두 달동안에 쏟아져 나오고, 온 국민이 양분되어 그를 옹호하거나 비판하고 있다. 심각한 상태의 돼지열병소식과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남북문제도 그 '한 놈'기사에 묻혀버린다. 본국 국민들은 물론 해외교민들까지 두 패로 가르게 된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사태가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우리는 이 사건을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강남좌파'로 불리며 '금수저'로 살아온 한 서울대교수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어 검찰을 개혁하라는 대통령의 특수임무를 맡는 것에서 갈등은 시작된다. 그가 임명되자마자 거의 모든 야당의원과 보수언론들은 그와 가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녀가 여러 특혜를 받았고, 돈을 이상한 곳에 투자하여 거액을 벌었으며, 부인은 문서를 위조한 파렴치범으로 몰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은 수 십명의 검사들을 동원하여 먼지를 털었고, 수사상황을 언론에 흘리며 그 확인되지않은 의혹들은 곧바로 신문이나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사회 각 분야, 즉 직업군에 따라 세상을 보는 각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다소 지나친 표현이겠지만.. 식당의 웨이츄레스는 팁을 많이주는 손님과 적게주는 손님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목사들은 예수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만 구분한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정권을 잡기위해서는 그 어떤 거짓말도 할 수 있는 사람들로, 특히 국회의원의 최대관심은 지역구 주민이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느냐 못받느냐에 있다. 언론사 기자들은 특종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준비가 된 사람들로, 다른 언론사보다 1시간 먼저 내보내면서 '단독보도' 혹은 '속보'라고 치장을 한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전문지식과 취재능력도 없으면서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독자들을 우롱하기까지 한다. 검찰은 어떤가? 수 십년간을 특권의식에 젖어있는 방대한 조직으로 본인들의 판단만이 옳다고 여기는 오만한 검사들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자신들을 개혁시키겠다고 벼르는 이방인을 가만둘 리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이 짜증나는 '한 놈' 패는 뉴스들을 당분간 계속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루한 법정공방과 여론몰이로 인해 집단 패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과격한 정치인들은 머리까지 깎으며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하고, 시민단체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완장 찬 일부계층의 선동가들로 인해 순박한 국민들만 혼란에 빠져 돼지가 병걸려 죽는줄도 모르고 구호를 외쳐대고 있으니 조국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은 본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9-01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옛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다 그 값을 내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다수의 것들은 결국 그 값이나 댓가를 지불하게 된다. 얄팍한 상술로 '공짜'를 내세우지만 자세히 보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평소보다 값이 턱없이 싸다거나 '1개사면 1개 공짜(Buy 1 Get 1 Free)'라면 그 제품은 유통기간이 얼마남지 않았거나 재고가 많아 급하게 처분을 할 목적이 크다. 소비재 상품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최신영화나 드라마를 무료로 보는 곳도 많다. 보는 중간이나 화면 한쪽에 원하지 않는 상품광고를 할 수 없이 봐야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요즘 대세인 유튜브영상(YOU TUBE)도 광고화면이 부쩍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관광상품도 마찬가지로 싼 가격의 여행을 하다보면 중간중간 물건 구입하라고 들리는 곳이 많다. 쉽게 돈벌게 해준다고 해서 찾아가면 물건 살 사람 10명을 모집 해오라고 한다. 공짜로 물건 보내준다고 주소와 함께 크레딧카드번호와 소셜번호까지 알려달라고 하는 곳도 있다. 권력과 부를 다 가질 수 있어서 우리가 가장 부러워하는 옛날의 왕들도, 그들의 머리에 쓰고 있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역모나 암살위험을 피하기위해 가고싶은 곳도 못가고, 권위를 잃지 않기위해 하고싶은 것도 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대기업 총수들은 어떨까. 그들 또한 기업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랑도 없는 정략결혼과, 정치권과의 뒷거래로 가끔 검찰청에 드나드는 모습을 본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단체의 대표, 종교지도자들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본의 아니게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많다. 옛 어른들은 이런 말도 했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공짜를 바라지 말라는 경고의 말로 과학적인 근거도 없지만, 본 기자가 평소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 부쩍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8-01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보면서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판결을 문제 삼아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복조치를 발표하면서 한일관계에 격랑이 일고 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유무역 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미국이 관세를 올려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것이기에 주변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눈에는 눈'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한국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단순한 소비재뿐만 아니라 일본여행도 가지 말자는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임진왜란으로 부터 일제강점기, 위안부와 강제징용, 독도 영유권문제 등 오랜 역사속에 잠재해 있던 한국민들의 반일감정이 이번 기회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가 예고하고 있는 추가 규제가 시작되면 불매운동은 지금보다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그동안 정치적으로나 이념논리로 양분되어온 국민들이 하나가 되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만 다소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나 스스로 일본 제품 쓰지 않고 가지 않겠다' 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소비해선 안 된다'로 확대되면 불매운동의 힘은 되레 약화될 수 있다. 불매운동에 대한 강요는 반발을 부르고 이는 또다른 내부분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억지논리와 수출규제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면서도 양국 국민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간 무역규모나 관광사업만 보더라도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서로에게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감정적인 대응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감정이 앞서면 명분과 실리를 잃기 십상이다. 언론도 이를 부추기기 전에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역량을 보여줄 때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7-01 종교와 정치 사이에서
영업사원들이 고객들과 상담을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절대 하지말아야 할 화제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종교와 정치문제다. 사람마다 성향도 다르고 예민한 문제라 자칫 화제로 올렸다가 본전도 못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영업사원만이 아니고 부모와 자식간에도 정치와 종교얘기는 안하는 것이 좋다. 오랫만에 가족이 둘러앉아 즐거운 식사자리에 자칫 현정권이 어떻고 요즘 기독교가 어떻고 하는 얘기가 나오다 보면 분위기도 안좋아지고 서로 기분이 상하기 십상이다. 요즘 본국에서는 이 정치와 종교가 어우러진 막장드라마같은 관련뉴스 때문에 기분이 더욱 상한다. 일명 정치하는 종교인들과 종교를 내세우는 정치인들 얘기다. 어떤 정신나간 목사는 대통령를 당장 하야시키자고 선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게 되면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위해 교회나 절을 어김없이 찾아다니고, 정치성향이 많은 종교인들은 그런 기회로 정치권과 부정한 거래를 하기도 한다. 미국과 한국 등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체로 정교분리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헌법에서 보듯이 헌법상 국교를 두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서로 간섭하지 않으려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미국은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나라임에도, 수정헌법 1조에 "연방의회는 국교설립에 관한 것이거나 자유로운 종교행사를 금지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해서는 아니된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라고 명시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종교인이 통치자가 되어야 그 종교가 더 많은 이익을 본다고 대단한 착각을 한다. 예로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은 교회장로였지만 정치에 실패함으로 기독교에 대하여, 전두환과 노태우는 독재와 무능으로 불교에 대하여 더 큰 손실을 입혔다.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며 십자군전쟁과 같은 비극을 낳았고, 현재도 이슬람 독재정권들의 죄악은 계속되고 있다. 한 종교학자는 '종교는 정치와 분리되면서도 부드러운 압력단체로 남아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는데 깊은 공감이 간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6-01 법대로 합시다
한국사람들에게 '법(法)'이란 단어는 참 친숙하다. 착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라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법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도 싸움이 벌어지면 '법대로 하자'고 소리를 지르며 일단락 된다. 한국사람들에게 법률가는 최고의 직업군이다. 어렸을적에 '나중에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판사, 검사, 변호사가 큰 비중을 차지했고, 현재도 여성들의 배우자 선호도에서 법률가는 항상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사법고시에 합격해 인생역전을 노리는 젊은이들이 아까운 청춘을 고시촌에서 다 보내는게 일상화된 모습이 한국사회의 단면이다. 하지만 시행되고있는 법조항들이 세상사람들을 공평하게 판단해주지도 않고, 법률가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법을 준수하여 올바르게 판결하거나 변호해 주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즉 세상이치에 맞지 않는 재판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국가에서의 재판에서는 돈과 권력에 의해 승패소가 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국민정서가 다른 타국에서의 법정은 진행절차도 관련 법규도 다르기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미국내 한인들간의 법정다툼은 그래서 더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억울하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서 어쩔수 없는 소송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주위에서 별로 인정도 안해주는 한인단체들이 감투싸움을 하느라 미국법정에 법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사로 다루기도 민망하기까지 하다.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같은나라 사람들끼리 소송거리도 되지 않는 일로 미국법정을 드나드는 모습이 왠지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한술 더 떠서 교회나 사찰내 문제로 서로 맞고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성직자와 교인들간에, 혹은 교인들끼리 돈에 얽힌 문제로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은 정말로 최악이다. 가족들간의 말다툼을 두고 이웃동네 이장님한테 판결을 해달하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소송비용도 만만치않아 설령 승소를 했다고 해도 변호사비용을 빼고나면 남는것도 별로 없다. 본국의 최근 뉴스를 보면서 또 한번 놀란다.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간 멱살잡고 싸우다가 서로 '법대로 하자'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입법부인 본인들이 만든법으로 사법부에 판결을 의뢰한 것이다. 신약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사족을 달자면 '소송 좋아하는 사람은 소송 때문에 망한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5-01 공짜표 있어요?
학창시절 동네 극장에서 일하는 삼촌을 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학교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새 영화가 들어오면 그는 어김없이 초대권을 얻어와 친한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화관람료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영화를 공짜로 본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어깨를 으쓱해 하던 기억이 난다. 수 십년이 지난 오늘날 그것도 미국땅에서도 이 공짜표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정말 몰랐다. 본국 연예인들의 공연이나 문화단체들의 정기공연등 북가주에서만 매년 수 십개의 공연이 있지만, 입장권을 정상적으로 구입해서 관람하는 경우가 평균 5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북가주 한인 인구가 LA나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거니와, 그나마 홍보매체나 인적자원을 어느정도 갖춘 한인언론사들이 그동안 공연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한 탓도 있다. 입장권 예매가 어느정도 수준까지 오르지 못하면 당일 공연장 분위기를 고려해 막판에 무료로 입장권을 뿌리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렸다. 이왕 수익성은 포기하더라도 공연이라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공짜표가 남발하게 되면서 제대로 돈을 내고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들은 본인만 억울하게 샀다고 후회하며, 다음 공연은 공연 당일까지 버티거나 대놓고 주최측에 무료입장권을 요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주최측이 이렇게 수익성 없는 공연을 아예 기획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점점 좋은 공연, 볼만한 무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류붐을 타고 젊은 스타급 연예인들이 LA지역 공연만하고 바로 본국으로 돌아가고 만다. 북가주는 지금까지의 통례상 공연 성공율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연예기획사들이 하고 있는 듯 하다. 본국의 웬만한 인기가수의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흥행성공이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공연장 렌트비, 가수나 일행들의 항공료와 숙식비, 가수에게 주어지는 개런티(출연료), 홍보비 등 지출비용이 만만치 않다. 1천석 규모의 극장에 50%의 유료관객(1인 $70 기준)이 있어야 그나마 공연의 손익분기점이 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과연 요즘같은 불경기에 2인 기준 $150 이상의 입장권을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것도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딜레마다. 북가주 한인사회의 공연문화는 이렇듯 수익성 창출이라는 마지노선에 걸려 점점 위축되고 있다. 그나마 인근 카지노에서 무료공연이라는 얄팍한 상술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기는 하다. 문화단체들도 공연계획을 축소시켜 한인교회나 소극장에서의 공연으로 대체하고, 행사팜플렛도 광고주들의 기피로 제작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흔히들 이 지역에서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예술인들의 무대가 별로 없다고 불만들을 말한다. 좋은 공연은 좋은 관객이 만든다. 자녀들의 학교에서 하는 학예회 수준의 공연에는 정당하게 입장권을 사면서, 수십배의 비용이 드는 연주회에 공짜표를 원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공연문화를 위축시키는 무료 입장권 제도를 다시한번 생각 해 볼 때가 되었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4-01 신문에 났어요
흔히들 새로운 정보를 주위사람들에게 알려줄 때 '신문에 나온 내용이야'라고 말하며 사실임을 강조한다. 신문이나 TV방송은 이처럼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문이나 방송으로 보도되는 뉴스중에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오보이거나 가짜뉴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면신문시장이 위축되고, 종합편성채널과 개인방송 등 다양한 방송매체들이 등장함에 따라 기존 메이저급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수입으로 움직이는 언론사들은 대형광고주의 눈치를 보게 되고 정권이나 권력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을 보도하게 되어있다. 특히 대기업광고가 대부분인 경제신문들은 노동자들 보다는 사주들에게 유리하게 편향된 기사를 쓸 수 밖에 없고, 스포츠 연예신문들은 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주목을 받으려고 사실확인이 되지않은 추측성 보도도 서슴치 않고 있다. 개인 미디어방송들은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지극히 개인적인 사상이나 억측논리를 펴가면서 시청자들을 우롱하기까지 한다. 심각한 문제는 어설픈 언론사의 이런 사실확인도 안된 가짜뉴스들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반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광우병보도가, 최순실태블릿사건이, 5.18 광주 북한군개입설 등 과장되고 편향된 뉴스들로 인해 국민들이 분열되고 고통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대통령을 둘러싼 의혹들이 무차별로 쏟아지며 정국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되는 모든 뉴스들을 믿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 신문이나 방송의 성격, 규모, 공정성 등을 고려하여 보도내용을 판단하라는 거다. 매일 시시각각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기사와 정보를 다 읽고 들을 수도 없지만, 입맛에 맞는 정보라 하더라도 너무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조금 과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정치인은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말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기자들은 특종을 위해서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표현도 일삼고, 언론사 사주들은 돈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정보의 홍수시대에 홍수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세상을 바로보는 눈과 지혜를 겸비해야 할 것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3-01 5분 느림
현대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잘 나가게 된 아이템이 있다면 반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다가도 하루아침에 천대받는 것들도 많다. 한때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처럼 여겨지던 네비게이션(GPS). 차값에 수 천달러를 더 주고 차에장착하거나 몇 백달러짜리 휴대용 네비게이션을 사서 달고 다녔다. 그런데 이제는 무용지물이 된 네비게이션이 우리집 그라지에 2개나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각종 네비게이션 앱들이 나타나면서 구형 네비게이션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구글이 제공하는 지도앱은 이제 스마트폰을 가진 전 세계인이 거의 다 사용하고 있다. 길을 몰라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교통상황을 고려해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는데에 대해 사용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본 기자도 어느 지역을 가든지 습관적으로 구글 앱을 켜서 가는 길을 검토한다. 재미있는 것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2,3개 제시한 후 가장 빠른 길로 갈 경우 소요되는 시간, 다른 길로 가면 몇 분 느림, 또다른 길로 가면 몇 분이 더 느림 등이 표시가 된다. 내가 가는 목적지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출발시간을 정할 수 있고 동선을 통해 운행계획을 세울 수가 있으니 매우 유용하다. 분초를 다투는 바쁜 현대생활에서, 거의 자동차로 출퇴근을 해야하는 미국생활에서, 교통상황에 따라 빠른길을 안내해 준다는 것은 획기적인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주 구글맵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때로는 빠르다고 알려준 길이 너무 좁은 골목길이든지 경사가 심해서 운전하기 힘든 길을 안내해줄 때도 간혹 있다. 또한 목적지가 비슷한 차량들이 안내에 따라 모두 우회도로로 몰리다 보니 오히려 원래 가려던 길 보다 더 막힐 수도 있다. 5분 빨리 가려다가 결국 목적지에 비슷한 시각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행이나 출장을 온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사람들은 차선이 밀려도 여간해서 차선변경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옆차선의 차가 조금만 빨리가도 재빠르게 차선을 바꾸고 톨게이트도 제일 한가한 부스로 차를 몰고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차를 이리 저리 옮겨가며 피곤하게 운전해도 운행시간은 5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생활에 적응을 해서 그런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운전하는 것도 느긋해졌다. 구글맵에서 5분 빠른 길이라고 안내를 해줘도 그냥 다니던 길로 가고, 옆차선이 좀 빠른것 같아도 그냥가던 차선으로 간다. 약속시간에 예상 도착시간보다 5~10분 먼저 출발하면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는데, 시간에 쫒겨 조급하게 운전하면 사고나 스피드티켓을 받을 위험성도 그만큼 커진다. 뭐든지 빠르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2-01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가 무엇일까? '사랑'(로맨스)과 '성공'(야망)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그만큼 세상사람들의 최대 관심분야이자 누구나 꿈꾸는 삶의 종착역이 사랑과 성공을 함께 이뤄내는 것이라고 여기나 보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많은지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라는 제목의 책들은 도대체 몇 종류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어렸을 적 부터 성공에 관한 주변의 기대와 압박이 크고, 끝모를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자기 자신을 일생동안 내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라고 해야 최소 '국회의원'은 될 수 있다고 나의 할아버지는 종종 말씀하셨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청와대만 나오면 감옥에 가는 대통령이나 거짓말만 한다고 국민 모두에게 지탄받는 국회의원이 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인듯 하다. 시대가 변하여 요즘 어린아이들은 정치인 보다는 유명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로 성공하는 꿈들을 많이 꾼다. 화려한 조명과 환호하는 군중에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이들에게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 알듯이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성공했다 하더라도 많은 유혹과 자기관리가 안되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돌아와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샐러리맨으로 입사를 했다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과 고된 업무로 인해 만족감 보다는 상실감과 함께 건강을 잃어버린 친구들이 많다. 가족여행 한번 못가고 좋아하는 취미생활 한가지도 즐기지 못하며 앞만 보며 뛰어갔는데, 돌아오는 것은 철저한 고독감 뿐이었다고 말하는 대기업 임원의 후회섞인 목소리가 생각난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보다 심각한 굴욕은, 성공을 유지하는데 정신이 팔려 성공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삶을, 소중한 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 모난 돌이 정을 맞듯이 조금만 유명해져도 시기와 질투로 인해 인터넷을 통한 난도질과 매도당하는 요즘 현실이 더욱더 가슴 아프게 한다. 이 지역에서 평소에 존경받던 어른들이 감투하나 더 쓰려고 한인단체장이나 회장선거에 나갔다가 동네망신 당하는 것도 이제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어느 전직한인회장의 비유처럼 불나방같이 자신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동네 정치판에 뛰어드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차라리 영어공부 좀 더하고 실력을 갖추어 주류사회 정치계로 진출하는게 동포사회에 훨씬 도움이 될텐데 말이다. 이스라엘 역사중에 가장 강대한 국가를 건설하며 번영을 누렸고, 기독교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지혜와 심판의 상징적인 인물인 '솔로몬' 왕. 그가 평생 영광과 풍요를 구가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전도서를 통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것이 헛되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본인도 오랜 기자생활을 거치며 나름 유명하다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는데, 종합적으로 그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1-01 새해에는 아름답게 늙어가게 해주세요
나이 숫자가 곧 그 사람의 흘러가는 세월의 스피드라고 했나? 왜 이리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지 21세기에 들어선지도 벌써 19년이나 되었다. 살아온 날 보다는 살아갈 날이 점점 더 짧아지면서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잘 살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를 누구나 다 고민하게 된다. 요즘은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말을 의학계뿐만 아니라 미용업계, 식품업계 등에서도 광고용 홍보문구로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그만큼 늙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이먹어 보이는 것도 용서가 되지 않나보다. 젊어지려고, 아니 젊게 보이려고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서 그런지 요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를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나이를 물어보는 것도 실례지만 "제 나이가 얼마나 되어보이냐?"고 물어보는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분명히 서운해한다. 예상보다 최소 5살이나 10살 정도는 내려서 대답하는 것이 예의가 되어 버렸다. 모두 다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나쁠것은 없지만, 외모가 젊어 보이는 것만큼 그 사람 내면의 나이도 먹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나이에 걸맞는 연륜과 인격을 갖춰야 함에도, 오히려 점점 더 어린애처럼 고집과 몰상식으로 주위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어.른.아.이.들이 많다. 옛말처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사회진리가, 이제는 '나이를 먹을수록 떼를 써야 인정해준다' 는 식으로 변한 것 같다. 젊은사람들 한테 외면받는다는 소외감 때문인지 감정을 바로 표출하고 자신만의 고집을 절대 꺾지 않는다. 심지어 정치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보는 시각차이로 자녀들과도 대화가 단절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층들이 의외로 많다. 한 사회학자는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의 평균수명만 늘어나는 것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늘어나는 노년층 인구들 때문에 사회적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있은지 이미 오래되었다. 오래사는 것보다 인간다운 삶이 우선되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 시대에는 본받을 만한 어른들이 없다고 말들을 한다. 본인이 본받을 만한 어른이 되기위해 인격을 수양하고 행실을 바르게 하면 주위사람들이 본받을텐데 말이다. 나이는 벼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에게 흉도 되지 않는다. 꼭 성공한 삶을 살지 않았어도 후손들에게 자신의 시행착오까지 고백하며 들려주는, 상대가 나이가 어리더라도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이해해주는, 죽는날까지 계속해서 배우는 자세로 교양을 넓혀가는, 그런 심신이 건강한 노인이 되고싶다. 책상앞에 이 글귀를 써서 붙여본다. '새해에는 아름답게 늙어가게 해주세요'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12-01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구촌 곳곳에서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고 발생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홍수, 태풍, 폭염, 폭설, 지진의 피해는 자연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들은 자연재해로 부터 안전한 곳을 찾아서 정착하기 시작했다. 너무 덥거나 추운곳은 아닌가? 비나 눈이 많이 오는 곳은 아닌가? 지진이나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아닌가 등등 기후환경에 따라 인간의 거주지가 결정되며 이에따른 거주비용도 차이가 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지역은 여러 기후환경이 그래도 좋은 편에 속한다. 미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기온도 적당하고 여타 자연재해에 덜 노출되어 살기 편한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물론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지역으로 언젠가 올지 모르는 대지진의 공포가 있기는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동부지역의 폭설과 남부지역의 허리케인에 비하면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가 좋고 거주환경이 좋다는 것은 인구가 밀집된다는 것과 비례하고 이는 부동산가격이 높다는 사실과도 비례하기 마련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를 위시한 베이지역은 온화한 날씨와 편리한 교통망, 안전한 지역이라는 프레미엄이 붙으면서, 수년전부터 부동산가격이 치솟기 시작하여 거주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도시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 지역 거주민들 사이에는 미국내 최고수준의 렌트비를 매달 지불하면서도 그 액수안에는 좋은 날씨에서 사는 '기후세금'이 들어있다고 하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런 좋은 기후환경에서 산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던 지역주민들이 점점 이 지역에 환멸을 갖기 시작했다. 매년 발생되는 산불의 피해가 점점 커져 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해양성 기후가 산불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어 엄청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산불피해가 없는 지역이라도 그 연기가 수백마일을 넘게 덮어버려 숨쉬기가 어렵게 되기까지 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웬만한 야산에도 산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고목들을 흔히 보게된다. 해가 지나며 새싹들이 돋아나서 언젠가는 다시 울창한 숲이 되겠지만, 산불로 이미 집을 잃어버렸거나 가족을 먼저 보낸 피해자들의 상처는 평생을 남아있을 것이다. 대도시에 살면 생활은 편하지만 교통사고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한적한 시골은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며, 외딴섬에 혼자 산다면 외로움에 지칠것이다. 이래저래 이 지구상에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수 밖에…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